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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대로 된 값을 치루지 않고 거저 얻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단풍국에 살아요/직장 생활의 기록 2022. 7. 14. 12:20

    마음이 힘들어서 거의 1년을 글을 쓰지 못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여튼 이건 '직장 생활' 카테고리니까, 관련 된 이야기만 하는 것이 낫겠지. 

     

    애정을 듬뿍 담아 다니던 회사를 올해 가을을 끝으로 떠나게 되었다. 마음이 힘들고 그래서 몸이 아파오니까 여름을 마지막으로, 그러니까 만 4년을 깔끔하게 채우고 끝내고 싶었는데 퇴사를 결심한 이유와는 별개로 마음이 쓰이는 일이 있어서 (= 대표님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일이 생각보다 더 늦어졌다. 

     

    요새의 나는 '홧병'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울화가 치밀고,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고, 여러명의 사람이 하루동안 나를 한번에 괴롭게 한 날은 길거리에서 공황 비슷한 증상이 오기도 해서 짝궁이 적잖이 당황했었다. 내가 정말 단단히 마음의 병이 들었구나 생각이 들었던 순간은 퇴사 의사를 밝히기 전에는 오늘 저 차에 치이면 회사를 안 갈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던 때이다. 매일매일 악몽을 꾸고 상황이 정말 심각 했는데 그래도 퇴사 일자가 정해지니 (아직 한참 멀었지만) 적어도 회사를 가는 것이 다치거나 아픈것 보다 더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행이다. 이게 끝이 없다 생각하면 나의 마음의 병은 정말 심각하게 진행이 되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히 살고 있으니까 이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나의 회사 생활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 뿐, 아니 사실 이 사람들에게도 내가 이렇게까지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 까지는 내색하지 않았던 것 같고, 그래서 '사실 이랬어' 라고 하면 다들 의아해 한다. 하지만 여튼 퇴사를 하고 싶었던 것은 얼마 전 부터 시작 된 울렁거림이 아닌 이미 꽤 오랜 시간을 갈팡질팡 하던 주제였고, 나는 단지 끝이 없는 그 고민을 칠칠맞게 주절주절 흘리고 다니고 싶지 않아 관련 된 이야기를 가능한 자제 했던 것 뿐이다. (물론 이 주제를 가지고 고민 상담하던 친구에게는 흘리다 못해 늘 댐 수문이 열리듯이 그 힘듦을 쏟아 내었던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나 좋아라하며 다니면서도 퇴사를 고민하던 이유는 딱 두가지다.

     

    첫번째로는 우리의 협력사 (?) 이민국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일을 처리하는 일이 잦은데, 고객들은 정부 기관이 잘못 했지만 너희도 실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는 것이다. 꼼꼼하게 열심히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인정은 없더라도 저런 의심은 받기 싫고, 우리가 한 실수가 아닌 부분에 대해 설명해야 할 때의 그 분위기, 우리의 잘못이 아니지만 무언가 변명 거리를 찾아야 할 것만 같은 그 상황이 너무너무 싫다. 우리가 잘못한게 아닌게 실망이라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리를 듣는게 끔찍하게 싫은데 이 정부 기관은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멍청하게 일을 처리 할 것이고, 나는 이 말도 안되는 일처리에 계속 당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번째로는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자기들이 원하는 가치는 거저로 얻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계약 내용에는 없는 일까지 우리가 해야한다며 억지를 부리거나, 우리 일이 아닌데 왜 안 해주냐고 실망이라고 말 하는 행태들, 일을 의뢰하지 않을 거면서 궁금한 것만 공짜로 물어보고 싶은 몰염치한 사람들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다. 아니 롯데월드 가서 라이드 1개짜리 티켓 사고, 혹은 아예 공짜로 입장하면서 자유이용권 같이 이용하게 해달라고 하는 거랑 똑같다는 걸 대체 왜 몰라......물론 어딜 가나 파렴치하거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내가 사는 이 도시의 사람들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할 정도다.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 들으며 '언니 이거 진짜 실화냐고, 이런 사람들이 정말 있냐고' 몇번을 되물을 정도면 말 다 했다.

     

    나는 (정신적) 우아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데 계속 이 일을 하다보면 나는 거칠어지고 부정적이고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 될 것 같아 겁이 났다. 우아한 삶은 제쳐두고서라도 그냥 너무 화가 많이 나고, 사람들이 싫고, 불평을 쉴새 없이 중얼거리게 된 지금의 내가 싫다. 무엇을 하든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던 내가 아니고 주말만 바라보고 의욕없이 정해진 시간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가 너무나도 못마땅하다. 나다운 나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퇴사는 정말 꼭 필요하고, 어쨌든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는 것이 내 목을 늘 칼칼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다음달부터는 근무시간도 줄여가니까 조금은 더 낫겠지 하며 견디어 본다. 

     

    물론 늘 이런 일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람이 있는 순간도 있고, 여튼간 이 일 자체는 정말 내 적성에 맞으므로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다. 사실 이런 힘든 순간들보다 행복한 순간들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겹겹이 쌓인 부정의 힘은 긍정을 압도해 버리고, 결국 이 부정만 남는 것 같이 착각이 드는 순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불안한 정도로 두근거리는 가슴, 악몽, 불면, 역류성 식도염, 두통...... 퇴사한다고 사라질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리고 스트레스 없는 회사 생활은 없다는 것도 알지만 지금은 한 템포 쉬어가야 하는 시간이 맞다고 확신한다. 남은 시간은 지난 4년간의 회사 생활을 잘 마무리 하는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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